감염환자 격리 재활·치료 ‘서울퍼스트병원’
초고령사회에서 차별 없는 진정성 깃든 ‘고품격 재활의료’ 제공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기까지 6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이웃나라 일본(10년) 보다 가파르다. 초고령사회에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의료비가 국가 존폐와 직결될 정도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그 해답을 ‘재활’에서 찾고자 했다.
회복기 재활을 통해 노인환자들의 재가 복귀율을 늘림으로써 삶의 질(質) 향상은 물론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그 중심에는 ‘재활의료기관’이 자리한다.
2020년 이후 6년 차에 접어들었고, 또렷한 성과를 기반으로 노인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일선 병원들 관심이 커지면서 재활의료기관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제3기 재활의료기관 공모 역시 뜨거웠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제도권에 신규 진입한 21개 재활의료기관들이 펼칠 활약상을 조명하는 기획에 나선다.
그 세 번째 행선지는 서울 남서부 재활의료 중추 역할을 수행 중인 ‘서울퍼스트병원’이다.

‘재활의료’ 뚝심, 결실을 맺다
서울퍼스트병원의 효시는 2010년 개원한 은천요양병원이다. 당시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인의료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요양병원 설립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하지만 은천요양병원은 사뭇 다른 지향점을 내걸었다. 의료와 요양의 모호한 경계에 있던 대부분의 요양병원들과 달리 ‘재활’이라는 또렷한 방향성을 설정했다.
전인적 노인의료를 넘어 뇌졸중이나 관절수술 등 치료 후 회복이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재활을 통해 ‘일상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였다.
10년이 넘는 세월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지향점 역시 ‘재활’이었다. 조직, 인력, 시스템 모두 최상의 재활의료에 맞춰 운영됐다.
‘재활’을 향한 뚝심이 입소문을 타며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 정부가 회복기 환자의 집중재활 치료가 가능한 ‘재활의료기관’ 제도를 시행했고, 음성화 대표원장은 한치의 주저함 없이 도전을 결정했다.
보다 전문적인 재활의료를 제공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10년 넘게 사용해 온 병원 이름도 ‘서울퍼스트병원’으로 바꿨다.
그렇게 지난 2023년 서울퍼스트병원을 개원했다. 집중재활을 통해 환자들에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사할 수 있는 제도였던 만큼 기꺼이 동참했다.
하지만 인력, 시설, 장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재활’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고, 3년 만에 값진 결실을 맺었다.
서울퍼스트병원은 대대적인 인력 보강 및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진료환경을 대폭 개선하며 전문재활 시스템을 구축했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제3기 재활의료기관에 지정됐다.
음성화 대표원장은 “재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였던 만큼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준비과정이 녹록치 않았지만 구성원들과 함께 설레임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의료기관 지정 이후 직원들의 자긍심이 커진 게 고무적인 변화”라며 “환자들의 일상 복귀를 위해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몰리던 다제내성균 환자들을 보듬다
서울퍼스트병원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항생제 다제내성균 환자들을 위한 전문 재활치료 시스템이다.
정부가 인정하는 재활의료 전문성에 더 넓은 환자군, 더 길어진 치료기간을 보장 받았기에 순탄한 길이 예상됐지만 서울퍼스트병원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재활의료기관 지정 전부터 항생제 다제내성균 환자의 안타까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던 음성화 대표원장이 어렵사리 직원들을 설득한 끝에 이들을 위한 재활치료에 나서기로 했다.
‘재활의 퍼스트(First) 병원’이라는 비전이 모든 환자들에게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전체 164병상 중 23병상을 항생제 다제내성균 환자들에게 할애했다.
VRE(Vancomycin-Resistance Enterococci), CRE(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등으로 대변되는 다제내성균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총들이다.
통상적으로 세균 감염시 항생제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치료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특히 다제내성균은 통상 입원기간 중 원내 전파를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 만큼 일선 병원에서는 이들 환자를 꺼리는 게 다반사다.
서울퍼스트병원은 다제내성균 환자 중에서도 회복기 재활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적잖음에도 ‘감염병’이라는 이유로 치료기회를 잃게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들은 1주일 간격으로 3번의 음성이 나올 때까지 격리병실이 있는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한다.
특히 회복기 재활이 필요한 다제내성균 환자가 어렵사리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을 찾더라도 대부분이 요양병원인 탓에 하루에 1시간 남짓 치료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서울퍼스트병원은 정부가 지정한 재활의료기관인 만큼 격리병동에 재활치료실이 마련돼 있어 격리기간에도 하루에 4시간씩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비급여 항목이었던 언어치료, 로봇치료 등 모든 재활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 또한 줄었다.
강남수 병원장은 “다제내성균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재활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보듬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상의 시스템, 재활치료 효과 극대화
서울퍼스트병원은 조속한 일상 복귀를 돕는 전문재활을 제공하기 위해 시설, 인력, 장비 등 최적의 재활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재활치료의 심장부인 치료실이 넓고 쾌적하다. 치료실 면적은 법정기준인 병상 당 3.5㎡ 보다 훨씬 넓은 4.0㎡다.
또한 3명의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90여 명의 물리·작업·언어재활사 등 재활인력 전문성과 재활로봇 기술력을 더해 환자의 기능 회복과 일상 복귀를 앞당기고 있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시스템도 강점이다.
일명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는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는 만큼 잘못된 진단 확률을 낮추고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신체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부분까지 고려해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아울러 서울퍼스트병원은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24시간 전문 간호를 받을 수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와 보호자의 간병 부담도 확 줄였다.
전체 160병상 중 48병상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 병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초기 기립훈련을 위한 에리고 프로(Erigo Pro), 보행재활을 돕는 워크봇(Walkbot-G), 상지훈련 첨단장비 스마트 보드(Smart Board) 등 로봇재활 역시 전문재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치료사 3명이 환자의 두 다리와 허리를 붙잡고 재활치료를 도왔던 기존과 달리 관절마다 정밀 센서가 부착된 로봇다리를 착용해 개인별 최적의 보행 훈련이 가능하다.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질환이나 척수손상으로 독립적 보행이 어려운 환자들의 정상 보행 패턴 훈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퍼스트병원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교육의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배운 만큼 치료할 수 있다’는 명제가 이 병원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의료진 학술활동 장려는 물론 여러 직역을 위한 교육 만큼은 아낌이 없다.
병원 지원을 통해 보바스(Bobath), 중추 신경발달학적 치료(NDT)와 고유 수용성 신경근 촉진법(PNF)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가들이 환자에게 1:1 재활을 시행한다.
‘재활의 8할은 치료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활의료 현장에서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의 역할을 절대적이다.
서울퍼스트병원에 재직 중인 90여 명의 치료사들은 주기적으로 사례 발표를 통해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재활치료 효과 극대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 외에도 신입 물리치료사를 위한 ‘Mat activity exercise’, 연하치료 및 인지치료 실습교육 등을 통해 환자 기능장애 개선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음성화 대표원장은 “재활치료 효과 극대화를 위해 치료사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환자들이 일상생활로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